2030
자연재해, 이상 현상 시작. 인간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고 동물들은 떼죽음을 당하고, 지진의 횟수와 강도가 점점 커졌다. 세계 곳곳에 생기기 시작한 모래폭풍은 사람들의 일상에 큰 불편함과 불안함을 심어 넣었다.
국가 간의 갈등이 심해지기 시작했으며 인간의 무해함에 환경단체까지 무력 운동을 시작하며 혼란이 가속화되었다.
2050
이상 현상뿐 아니라 기이한 현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느 작은 나라가 수위 상승으로 물속에 삼켜지고 모래폭풍이 일상화된다. 큰 나라의 욕심과 생존형 무장단체들에 의해 세계 이곳저곳에서 전쟁이 시작하며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처음으로 웜이 등장한다. 이는 미중 영토 전쟁구역에서 등장했으며 군인들은 어느 쪽 할 것 없이 웜을 제거하려 들었지만 불가능했다. 웜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진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땅을 파고 나오는 웜은 어린 강아지만 한 크기에서 부터 큰 짐승만 한 크기까지 다양했다. 진흙과 같이 형체를 바꾸는 개체가 있는가 하면 바위같이 거칠고 단단한 개체도 있다. 세계 곳곳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기 시작한 웜은 빠른 속도로 도시를 파먹기 시작했다. 주로 애벌레와 같이 바닥을 기고 건물에 붙어 지냈으며 웜이 있던 자리는 산화되어 부식되었다. 공격적이지는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불어났으며, 사람들은 웜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자르면 개체가 늘어났고 총은 소용없었다. 순식간에 불어난 아프리카의 웜을 제거해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강대국은 실험을 했다. 핵을 날린 것이다.
그곳의 웜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어느 사람들에게는 공포, 어느 사람들에게는 희망과 같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미국 LA에서 처음으로 사람이 죽었다.
시신의 절반이 뜯겨 없었으며 그 옆의 웜은 피 칠갑을 한 채 형체가 달라져 있었다
인간 대 인간의 전쟁은 인간대 웜으로 변모했지만, 인간 싸움이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의외로 가장 빠른 몰락을 보인 나라는 중국이었다. 세 나라와의 영토전쟁 중에 웜과의 전투를 치러야 했던 중국은 국가 내 분열이 시작되었다. 웜의 공격을 받으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던 소수민족들이 각자 살 길을 찾기 시작했으며 국가 붕괴는 빠르게 일어났다.
중국의 붕괴로 교훈을 얻었어야 했던 다른 나라들은 욕심을 채우기 급급했다.
2070
크기가 큰 애벌레와 다름없던 웜은 빠르게 진화해갔다. 2050년 웜의 공격 이후로 웜은 사람을 먹기 시작했다. 다리가 생긴 웜은 느릿느릿 걸으며 먹이를 찾아다녔고 크기도 커졌다. 육체를 먹어치운 웜은 뛰어다녔으며 어린아이만한 웜부터 건물만 한 웜까지 땅속에서 올라와 도시를 파괴했다.
2050년 이후 세계 성장은 멈췄고 웜의 진화로 2070년 인류는 1/10밖에 남지 않았다. 사람들의 삶의 질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빈부격차는 심해졌으며 소도시와 소국가는 버려졌다. 남겨진 사람들은 다른 무리들을 찾아다녔다. 무기개발과 생산에 한계가 있었고 웜의 제거방법을 찾지 못했다.
많은 국제연맹의 회의가 오갔지만 강대국의 영양가 없는 대화에 사람들만 죽어나갔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모래폭풍과 재난으로 비행기가 뜨기 힘들어졌다. 비교적 안전한 바다를 통한 무역이 다시 성행했다. 그리고 세계를 다시 한 번 더 뒤집는 사건이 생기게 된다. 초자연적 능력을 쓸 수 있는 특수능력자. 에스퍼의 존재가 등장하게 된다.
처음 에스퍼가 등장한 곳은 한국.
부모님을 현장에서 잃고 웜에게 잡아먹힐 뻔한 한 어린아이가 그 괴물을 터트리고 살아남은 CCTV 영상이 생존자들의 세계로 퍼졌다. 공중으로 부웅 떠오른 웜과 흔들리는 땅. 말도 안 되는 편집본이라는 자들과 그 이능을 믿는 자들로 나뉘었다.
그리고 그 영상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 숨어져 있던 어린 능력자 에스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에스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전쟁으로 인한 방사능의 영향이라는 주장과, 각종 화학무기 혹은 실험체라는 주장. 웜과 함께 나타난 기이현상, 그리고 그것이 이롭다 해롭다로 의견이 분분했다.
각 나라들은 이능력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확실하게 나온 연구결과는 동일했다.
[에스퍼는 사람마다 능력의 종류와 질이 다르며 흔히 말하는 초능력자가 맞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은 한계가 있으며 능력을 쓸수록 피로도가 쌓여갔다. 그리고 그 피로도는 능력자 스스로 풀지 못했으며, 누적될 경우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지 못했다.
한 국가에서는 에스퍼로 비윤리적 실험을 강행하다 제어력을 잃은 에스퍼로 인해 도시가 날아갔다.
이 '에스퍼 폭주'에 관한 뉴스를 보도하는 매체들은 아프리카로 핵을 날리며 손뼉 치던 2050년 영상을 함께 내보냈다.
사라진 두 도시는 놀랍게도 닮아있었다.
불과 50년 전, 200여 개의 국가였던 나라는 현재 100개도 남지 않았다. 빠른속도로 사라지고 연맹이 생기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세계는 '웜에 점령되고 오염된 땅'은 실패한 'F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제서야 큰 국가들이 땅따먹기를 멈춘 것이다.
F 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말 그대로 버려진 땅이 되었다.
하지만 F 구역에서도 여전히 사람은 살고 있었다. 나라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개개인의 생존을 위해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73년 에스퍼의 피로도를 정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종류의 능력자가 발견되었다. 에스퍼의 틀에 두고 연구를 하던 이들은 기존의 에스퍼와 종류가 다른 이능임을 알게 되었다.
구분을 위해 에스퍼의 폭주를 잠재울 수 있는 이능력자에 가이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2080년
가이드의 존재가 발견된 이후 각 국가는 이능력센터를 만들고 국력 키우기에 힘썼다. 인간의 전쟁이 휴전하고 웜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각 국가 군대의 힘이 약해지고 에스퍼의 힘이 커졌다. 전투력 높은 에스퍼를 발굴하고 데려오기 위해 소리 없는 싸움이 지속되었으며, 효율 좋은 가이드의 영입을 위해 힘썼다.
대 혼란으로 북한의 체제가 무너지고 한국에 흡수가 되었으나 그 땅을 욕심내는 나라는 없었다. 시시때때 노리던 주변 국가들이 해체되었을 뿐 아니라 각자 자기 몸 지키기에도 급급했다. 한국땅 역시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이민자, 난민들이 뒤섞이며 그저 국가 체계 유지가 최선이었다.
생존 국가는 10년 사이 30국가로 줄어들었다. 군사력이 약한 나라의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흩어지거나 흡수되었고, 자연재해와 지속적인 해수면의 상승으로 낮은 땅과 섬나라는 잠식되고 고립되었다. 자본 없는 나라는 국민들을 이주시켰고, 여유가 있는 나라는 새로 짓는 건물이 물에 뜰 수 있도록 설계하고 낮은 땅에 흙을 쌓았다.
많은 동남아시아의 사람들과 유럽인들은 더 넓고 안전한 땅으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새로운 국가연합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바다 근처를 떠날 수는 없었다. 바다 교류가 활발해졌을 뿐 아니라, 넓고 깊숙한 땅에 깃발을 꽂는 것은 땅을 파고 올라오는 웜에게 사방을 내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가는 언제 덮쳐올지 모르는 거친 바다를 등지고 땅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2100년
남은 생존 국가는 10개국 뿐. 대부분의 국가는 수도 지키기에 힘을 쏟았고 수도는 포화상태가 되었다. 뉴욕은 물에 잠겼으며 한국 역시 땅의 일부를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세계지도의 모양새가 꽤나 바뀌었다. 나라의 이름이 남았다고 건재한것 또한 아니었다. 여러 나라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 새로운 나라가 형성되었다.
연합 | 중심부 (1구역) | |
KOREA 러시아 홍콩 EU UNITED 멕시코 리야드 터키 브라질 아르헨티나 |
→ → → → → → → → → → |
서울 모스크바 홍콩 파리, 베를린 워싱턴, 라스베이거스 멕시코시티 리야드 앙카라 브라질 부에노스아이레스 |
대부분의 땅은 F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유지되고 있는 나라들 역시 대부분의 지역을 F 구역으로 선포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영토 역시 50여개주의 대부분을 버리고 3개의 구역만 남았다. 수도 워싱턴과 역시 잠겨올라 피츠버그 지역이 새로운 중심부가 되어 있는 상태다. 그리고 그들은 지켜낸 땅을 철저히 나누었다. 부유하고 사람을 부리는 사람들은 가장안전한 새로운 수도 1구역에서 지내게 되었지만, 여유가 없을수록, 돈이 없을수록, 아는이가 없을수록 수도에서 멀어졌다. 구역마다 이민자와 난민을 막기 위한 높은 벽을 세웠고, 마지막 구역 밖의 F구역에서 몰려온 난민들은 마지막 구역의 벽주변 혹은 물줄기를 따라 주거를 형성하여 지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2070년 한국
잦은 재해와 웜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특히 2070년엔 모든 사람들에게 잃은 가족이 생겼을 만큼 피해가 컸다. 밀항으로 몰려드는 난민과 통신 먹통으로 인해 개개인의 삶은 급격히 어지러워졌다.
웜의 등장은 공평했으며 그만큼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던 대도시에 큰 인명피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 살던 터를 떠났고 대도시는 시신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첫 에스퍼가 등장했다.
에스퍼의 등장 후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국비로 서울 안에 벽을 쌓기 시작했다. 많은 시신 처리가 되기도 전이었다. 땅을 뚫고 올라오는 웜이 벽이 있다고 못 들어올 리 없었다. 하지만 국제회담으로 결정된 장벽 쌓기는 국가의 대표들에게 큰 안정감을 준 모양이었다. 미리 벽을 제작해 둔 후 바다와 물가를 이용해 빠르게 건설하고 군대와 능력자를 양성해 단단한 대형 벙커를 만들어 국가를 다시 세우자는 것이 큰머리들의 결정이었다. 군인력을 동원해 벽을 쌓고 에스퍼 센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서울에 큰 벽이 세워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가까운 생존자들은 서울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1구역은 빠르게 만들어졌고 2구역 역시 오래 걸리지 않았다.
1구역은 안전지대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1구역은 웜이 출몰하는 안전지대였다. 출몰하지만 웜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1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은 운이 좋게 1구역 안에 남아 있었던 사람들, 장벽을 쌓은 군인의 가족들,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지위의 상징이었던 화폐를 가진 자들, 그리고 에스퍼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모든 연합국이 에스퍼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1구역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는 소리에 각 장벽의 사람들. 혹은 F 구역 사람들까지도 형질 검사를 받고 싶어 했다. 20년 전 웜이 등장했을 시기에 에스퍼도 함께 출현 가능성 있다는 세계 연구진들의 추측에 갓난아기부터 30살까지의 청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형질 테스트에 희망을 걸었다. 가족과 함께 1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1구역은 웜이 출몰하는 안전지대였다. 출몰하지만 웜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2080년 한국
1구역뿐 아니라 2,3구역 장벽 안의 사람들은 꽤나 안전한 생활을 유지하게 될 수 있었다. 불안정했던 통신과 교통 역시 안정을 찾게 되었으며 에스퍼와 가이드가 있는 센터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폐허가 되었던 도시는 다시 색을 찾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북쪽 지역의 붕괴로 평양까지 장벽을 세웠다. 2070년부터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는 기회주의자는 제대로 된 통치와 도시 확장에 힘을 쏟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안전한 발판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2100년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웜은 사람들을 먹어치워가며 생존하고 있으며 에스퍼와 가이드에 의해 사람들의 삶이 아슬아슬하게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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