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2년 4월 3일 

 

이곳 훈련원의 생활이 즐겁지만은 않다..

가이드로 발현되면서 가족과 함께 이곳 1구역으로 들어온 건 좋지만

결국 가족과 함께 떨어져 지내게 되어서 나쁘기도 하다. 

(물론 형이랑 누나랑 떨어져 지내는 건 아주 좋지만..ㅎ) 

 

내가 다니던 일반인 중학교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1구역 사람들.. 특히 에스퍼와 가이드들 성격 나쁜 건 알고 있었지만

훈련생들부터 아주 재수 없다. 

아아아주 웜새끼들이다.

집에 가고 싶다.

 

 

 


 

2092년 4월 7일

 

오늘 새로 온 에스퍼가 있는데 무려 S급이다.

지금 여기 훈련원의 S급은 에스퍼 가이드를 합해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나도 A급이라 대접 못받는건 아니지만 S급은 대우가 남다르다.

남다르다 못해 S급의 성격들도 괴팍하다.

 

오늘 들어온 에스퍼는 이름이 국화란다. 나랑 동갑이라고 했다. 

키가 작고 살 여기저기가 빨갛고 하얗게 터 있었다.

160센티는 될까?

그래서 F구역 난민이라는 소문역시 빠르게 퍼졌다. 

고랭크를 받은 놈들이 신고식을 치를 생각으로 킬킬 거리고 있었다. 

조만간 사고가 나지 않을까 싶은데..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괜히 불똥 튀어서 힘들고 싶지 않다. 

 

국화는 주변에서 무슨 말이 오가는지 관심도 없는 듯 했다.

그냥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앉아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나도 친구가 없는데 말 걸어볼까 싶었지만

훈련원 놈들 눈치가 보여서 다가갈 수는 없었다..

 

 


 

 

2092년 4월 15일

 

오늘 처음 실전 가이딩을 해봤는데 완전 말아먹었다..

같은 A급 에스퍼를 가이딩했는데 조절이 어려워 가이딩은 커녕 악화시켰다.. 

그 아이는 토하며 욕을 하다가 또 토했다. 

알아들을수는 없었지만 너무 미안했다.

 

가이딩 하는 방법이 너무 어렵다. 아직 훈련한지 2개월밖에 안되었지만.. 그래도 빨리 제대로 하고 싶다.

 

 


 

 

2092년 4월 20일

 

 

어쩌다 보니 식당에서 국화와 함께 밥을 먹었다. 며칠 지켜본 녀석은 필요 이상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수업시간에도 열심히 하는지 알 순 없었다. 에스퍼라 나랑 수업이 자주 겹치지는 않기도 하지만

S급이다 보니 수업도 S급 에스퍼 교관에게 받을게 분명했다.

 

역시나 나를 봐도 아는척하지 않아서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대답까지 바란 건 아니지만 그렇게 노려볼 필요는 없잖아...!!!

심지어 10초는 노려본 거 같다.

그렇게 무안할 수 없었다..ㅠㅠ

그 와중 눈이 참 크고 예쁘네 생각했다.

 

 


 

 

2092년 5월 6일

 

역시 사건이 터졌다..!!

그 덕분에 오늘 수업은 다 중단되고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그 고랭크 놈들이 끊임없이 국화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간간히 에스퍼 수업 중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들어오긴 했고 내가 본 것도 있다..

뒤통수를 때리고 가고 어깨빵하고 지나가고 낄낄거리던 놈들이었다.

국화는 그놈들한테 쫀것같진 않은데 계속 무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수업 중단 연락을 받고 가이드 톡 방은 난리가 나 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보고 있으니 목격자가 나왔다. 

 

같은 반 친구가 그 훈련실 앞 복도 쪽으로 지나가려고 할 때 

갑자기 창문과 벽이 깨지고 자기 몸도 날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복도에 누군가의 팔도 떨어져 나왔다고 했다.

달려 나온 회복계 교관님께 도움받으며 부서진 훈련실 안을 봤더니 국화가 서 있었다고 했다.

국화가 백평묵이랑 같이 동조한 놈들의 팔을 다 날려버렸다 했다. 

 

그 와중 아이들 관심사는 국화의 이능이었다. 

백평묵과 아이들의 날아간 팔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어차피 교관님들이 붙여주셨을 테고 솔직히 좀 꼬셨음ㅋㅋ..)

 

 


 

2093년 5월 7일 

 

 

오늘도 어제의 일로 시끄러웠다.

국화와 아이들은 당연히도 수업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때 같이 훈련실 안에 있었던 아이들이 진실을 말해줬다.

 

훈련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교관쌤들이 자릴 비웠을 때

백평묵이 국화를 붙잡고 체술 대련을 강요했다고 했다. 

무시하고 밖으로 나가려는 국화를 바닥으로 밀치고 이능을 써서 국화의 목을 조르며 낄낄거렸다 했다.

평소에 같이 괴롭히던 놈들도 동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말리지도 못하고 멀찍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했다. 

상황이 심각해져서 교관님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고 있을 때 눈앞에서 백평묵과 아이들의 팔이 날아갔다고 했다.

놀랍게도 자신들은 머리카락 하나 날리지 않은 채 멀쩡했다고 했다. 

 

다시 한번 국화의 이능과 함께 조절 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의 반찬거리였다. 

 

 


 

2093년 5월 8일 

 

국화나 백평묵과 아이들이나 전부 1주일 징계를 받았다고 했다. 

국화는 아이들의 팔을 날린 죄로, 백평묵과 아이들은 국화를 괴롭힌 죄로 나란히 징계를 받았다.

(그와중 일반인 중학교였으면 퇴학이었을 텐데 싶었다)

 

강의가 끝나고 숙소로 와서 컵라면을 먹으려 복도의 정수기로 걸어 나왔을때 국화랑 마주쳤다.

국화의 목은 파랗게 멍들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더 가냘파 보였다. 

국화도 라면을 먹을 생각인지 컵라면을 쥐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말을 안 걸었을 텐데 자꾸 목이 보여서 바보같이 말을 걸어버렸다.

목 괜찮냐고 물었더니 또 저번 식당처럼 날 쳐다봤다.

순간 내 손도 날리면 어쩌지 걱정되었다....ㅎ

괜히 무서워서 목 치료받는 게 어떠냐고 한마디 더 보탰다.

그랬더니!!!!!

 

'괜찮아'

 

대답해 줬다.

대답해 줬다!!!!!

 

이게 뭐라고 기쁘지ㅋㅋㅋ

 

 


 

 

2093년 5월 19일

 

그 사건 이후로 국화를 직접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은 뚝 끊겼다.

백평묵과 아이들은 팔이 언제 잘렸냐는 듯 깔끔하게 붙이고 나타났지만

쪽팔린 건 아는지 비교적 얌전해졌다. 

 

오늘은 편의점에서 국화를 만났다.

쪼꼬만한 뒷통수가 보여서 괜히 그 녀석 주변을 얼쩡거렸다.

빵 코너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있길래 또 오지랖 부렸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초코롤빵을 추천해 줬더니 

또 큰 눈을 하고선 날 올려다봤다. 

나 기억해? 물었더니 끄덕여줬다ㅎㅎ

그리고 내가 추천한 초코롤빵과 바나나우유를 사들고 사라졌다. 

뿌듯했다.

 


 

2093년 5월 31일

 

아...

이번 평가도 망했다.

가이딩 시험에서 또 에스퍼를 토하게 만들었는데 아직 방법을 모르겠다...

기운을 느끼고 길을 찾으라는데에에

 

둘 다 모 르 겠 다 아 아 아 !!!!

 

 


 

2093년 6월 7일 

 

와.. 내가 있는 에스퍼센터 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서 비웜이 세마리나 나왔다. 

엄마아빠가 걱정되었는지 전화했다.

웜이나 비웜이 나오면 무서운게 사람을 잡아먹고 지능이 생기는 것도 무섭지만

사람을 먹은 웜이 다시 땅으로 들어가는게 제일 무섭다.

언제 어디서 비웜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래도 2구역에서 살 때보다 확실히 1구역은 안전하다고 느껴진다. 

순찰 도는 에스퍼의 수도 훨씬 많다. 

이럴 때면 내가 가이드로 발현한 건 큰 행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성적이 좋았나 재능이 있었나. 로또 맞은거나 다름없다ㅎㅎㅎ)

 

운좋게 훈련원 앞 분수대에 앉아서 햄버거를 먹고있다가 에스퍼와 가이드들이 출동하는 모습을 봤다. 

날아가는 에스퍼가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는데 내 앞으로 다른 에스퍼가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다른 에스퍼들과 가이드들이 군용지프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나도 나중에 저 지프를 타고

통제된 도로를 질주할 수 있는 건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재수 없는 김온기한테 자랑해야지ㅎ

 

*김온기 - 김온마의 형

 

 


 

 

2093년 6월 20일

 

이제 국화가 인사를 받아준다..!!

노력이 가상하다 김온마

와 진짜 이제 어깨를 툭툭 칠 수도 있다.

감격스럽다

 


 

 

2093년 6월 30일

 

와 드디어 가이딩 월말평가를 통과했다.

물론 가이딩 자체를 성공한 건 아니고.. 

에스퍼가 토하지 않게 된 정도지만

교관님은 점수를 후하게 주시며 통과를 시켜주셨다.

이제... 다음 평가는 가이딩을 1%라도 성공해야 한다. 

인간적으로 1%는 운빨 아니냐???ㅋ

 

국화는 이번에도 그냥 통과한 모양이다.

S급 에스퍼는 능력이 강한 만큼 컨트롤하기가 힘들어서 시험 난이도도 어렵다고 들었는데..

이러다 나보다 빨리 졸업하는 거 아닌가 위기감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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